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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조원 시장이지만 규제·통계·인증 공백…“유통 표준이 산업화의 출발점” 한국식자재유통협회 GLC 인증·산지 직결 모델로 유통 구조 선진화 나서
한국 식품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63조원 규모의 식자재 유통 산업은 외식·급식의 기반이지만, 정작 규제·통계·인증이 모두 비어 있는 ‘무주공산’에 가깝다. 제조시설에는 해썹(HACCP), 매장에는 위생등급제가 적용되지만, 산지에서 식당까지 이어지는 유통 단계는 제도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회색지대로 남아 있다.
양송화 한국식자재유통협회장은 지난 3일 <매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실을 “한국 식품안전 체계의 마지막 미개척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식자재유통협회(IFDA) 한국지사장을 겸하며, 규율조차 존재하지 않던 국내 유통업계를 처음으로 제도권 테이블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국내 유통구조는 ‘산지–물류–식당’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 해외 시스템과 달리, 최대 10단계 내외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비용과 위험은 늘고 안전 관리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 협회장은 “식자재 유통 시장은 산업의 정의가 모호하고 인허가 체계가 없어 15개 넘는 조각난 인허가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영역을 공개하고 체계를 세우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협회 공식 출범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1년 IFDA 한국 지사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7년 식약처 인가를 받아 한국식자재유통협회를 설립했다. 2023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법인 인가까지 획득했다. 양 협회장은 “소매 유통은 산업화가 정착했지만 외식 뒤 유통은 여전히 제도 밖에 있다”며 “구조를 선진화하는 것이 협회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양 협회장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중심에는 ‘표준화’가 있다. 그는 “선진국은 산지에서 식탁까지 단계별로 안전 인증을 적용한다. 미국은 식자재 창고가 모두 등록·관리 대상이며 식당의 97%가 유통사에 인증을 요구한다”며 “반면 국내는 유통 단계 안전 인증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식품 유통 기업의 전수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협회는 지난해 ‘GLC(Global Logistics Certification)’ 인증을 도입했다. 미국 IFDA 안전위원회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입·출고 관리부터 온도·위생·시설 관리, 배송 차량 관리까지 총 176개 항목을 평가한다. 그는 “GLC는 한국형 유통 안전 표준을 만드는 첫 단계”라며 “가격 중심 시장을 안전·품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구조 개선 역시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식자재 유통은 중간 단계가 많아 농가 수급 불안, 물류비 증가, 환경 부담을 모두 키우는 구조다. 양 협회장은 “유통 단계를 줄이면 농가와 외식업체가 직접 연결돼 물가 변동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산지–유통 직결 모델을 파일럿 형태로 추진 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식자재마트 규제 논란에 대해 그는 업태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협회장은 “정확한 정의 없이 규제를 논의하면 소상공인과 외식업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며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의 변형이 아니라 외식업자를 위한 도매·전문 매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자재마트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 정책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협회에서 발의한 식자재유통산업진흥법안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법안에는 중소 유통기업의 규모화·전문화 지원, 인허가 체계 통합을 통한 투명성 제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산업화를 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 정부가 참여해야 통계도 확보되고 지원도 가능해진다”며 “식자재 유통업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것이 산업 발전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양 협회장은 “식자재 유통이 선진화되면 안전한 먹거리와 안정된 물가로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협회는 산업의 스피커로서 변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작성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출처(본문) : 매일일보([MI-포커스] 양송화 한국식자재유통협회장 “표준 없는 시장, K-푸드 안전도 없다” - 매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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