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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식자재유통협회 장웅준 전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수년간 유통산업 지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다만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제한이 이어지는 사이, 소비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등 당초 정책적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유통규제가 특정 업태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정책적 함의를 남긴 셈이다. 최근 논의되는 식자재마트 규제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장에 대한 정밀한 실태 파악 없이 규제 중심의 프레임에 갇힌다면 이제 막 첫발을 뗀 전문 유통업태의 발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외식업 소상공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규제 이전에 업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시장은 마케팅 목적으로 ‘식자재마트’라는 명칭만 차용했을 뿐, 정확한 시장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소매 위주의 ‘식자재취급매장’들이 마치 기업간거래(B2B) 전문 유통의 전부인 것처럼 비치는 거대한 착시 현상에 빠져 있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가 정의하는 진짜 ‘식자재마트’는 전체 매출 중 식당 거래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외식업계의 핵심 공급 인프라이나 전국 400여곳, 시장규모는 2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규모의 전문 업태를 일률적인 잣대로 묶어 규제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과잉규제가 아닐 수 없다. 산지 직거래와 품질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안정적인 공급 여건을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이들 업체에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적극적인 지원이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식자재마트의 역할은 대체 불가하다.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외식업자들에게 이곳은 우수한 품질의 식자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 파트너’요, 지역농산물이 식당으로 공급되도록 돕는 상생 창구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제도권 편입’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는 보이지 않는 규제의 그물망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통산업의 재편 상황을 냉정하게 반영해 전통시장·대형마트·이커머스(전자상거래)·식자재마트가 각자 영역에서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흥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유통구조를 통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농가와 지역식당을 잇는 B2B 전문 식자재마트의 순기능을 외면해선 안된다. 유통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 장웅준 한국식자재유통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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